2020 - 2부작 제2부: 좋은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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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리해보니 정말 많을 일이 있었다. 어느덧 세 번째 회고록이다. 지난 2020년 상반기 1부 회고록은 사실 회고록을 가장한 요리 포스팅이었지만 이번 2부에서는 올 한 해 있던 일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2020년 요약
1월
- [DNA] Cosmetic Recommendation for Man : 남성을 위한 화장품 추천 시스템 - with 조하늘,이재헌,허재혁,김진우 [github][pdf]
- [DNA] White Box in Computer Vision : 이미지 분류 모델의 정성/정량적 평가 방법 실험 [github][pdf]
- [DNA] White Box in Machine Learning : 머신러닝 모델의 정성/정량적 평가 방법 [github]
2월
- [DNA] Interpretable Machine Learning E-book 번역 : Christoper Molnar의 IML 책 번역 [e-book]
- [DNA] DNA 첫 컨퍼런스!!는 취소… [poster]
3월
- [대학원] TOEFL in Hackers : 멘붕의 시작
4월
- [대학원] TOEFL in Hackers : 멘붕의 시작2…
- [연구] 첫 SCI 1저자 논문! - Prediction of Intracranial Aneurysm Risk using Machine Learning [paper]
5월
- [대학원] TOEFL in Hackers : 멘붕의 시작3…
- [여가] 파스타 만들기 시작 : 멘붕 치유… [@1day1pasta]
- [여가] 턱걸이 : 멘붕 치유2… [@1day10reps]
6월
- [대학원] TOEFL in Hackers : 멘붕의 끝…
7월
- [대학원] GRE in Hackers : 우울 시작…
- [대학원] 국내 대학원 지원 시작
- [알바] TOEFL 리스닝 조교 in Hackers feat. 토플 조교하다가 코딩한 썰 [post]
8월
- [대학원] The end of GRE in Hackers : “유학 포기 선언. 우울 끝, 마음의 평안이 찾아와.”
- [대학원] KAIST 인공지능 대학원 서류 광탈 : 넘나 높은 벽…
- [활동] 글또 4기 종료 : 보증금 방어 실패
9월
- [대학원] UNIST 인공지능 대학원 합격 : 롬곡…
10월
- [공모전] 2020 소비트렌드 코리아 시각화 경진대회, MBN & KDX - 1위 / 86팀
- [공모전] Dream AI 전력 수요량 예측 경진대회,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GIAI) & 한국광기술원 - 8위 / 72팀
- [공모전] 한국 랜드마크 분류 AI 경진대회, CROWDWORKS & DACON - 27위 / 388팀
11월
12월
- [대학원] 고려대 산업경영공학과 대학원 합격 : 롬곡2…
- [DNA] 2020년 정리 [DNA about]
- [DNA] DNA 연말 인터뷰
올 한해 흐름
연구 → 유학 준비 → 국내 대학원 → 입학
"더 좋은 환경에서 연구 하고 싶다" → "세계 공용어는 왜 영어일까" → "어? 코로나?" → "대학원 갈 수 있을까?" → "갔다.."
유학
지난해 대학원을 가겠다는 다짐과 함께하던 일을 전부 놓아두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왜 그랬을까? 그렇게 하는 게 과연 맞을까?’ 하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던 한 해였다. 마치 유튜브를 시작하겠다고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오는 모습이려나.
처음 내가 진학하고자 다짐한 곳은 해외에 있는 대학원이었다. 그래서 다니던 일도 모두 내팽개치고 1년간 유학을 준비하고자 다짐했다. 해외 대학원에 가고자 했던 이유는 복합적이었지만 어찌 보면 단순했다.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나중엔 더 그럴 기회가 없을 것 같았고 더 넓은 곳에서 연구를 해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나에게 더 넓은 세상은 그 누구보다 간절했다.
원래 계획하기를 박사로 지원해볼 계획이었다. 이전에 일을 하며 좋은 교수님과 연구 주제들이 있었던 덕분에 나름 실적은 좋은 편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부족한 자신감을 들고 지원을 결심했다. 또한, 현실적으로도 박사로 지원해야 유학을 위한 장학금과 지원금으로 경제적인 문제 없이 유학 생활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미국 상황은 더 안 좋아졌고 같이 준비하는 많은 사람도 불안에 떨고 있었다. 미국은 상황이 더 심해지면서 대부분 대학의 연구실들도 그 영향을 크게 받고 있었다. 내가 지원하려면 전공은 안 그래도 지원자가 많은 상황인데 수많은 연구실에서 내년 지원자를 뽑지 않겠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거기에 경쟁도 더 심화하면서 고작 실적 몇 개 있는 학부 나부랭이가 덤비기에는 너무 큰 산처럼 느껴졌다.
변명이긴 하지만 유학 도전을 포기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신감이었다.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뭐든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보는 게 내 성격이었지만 올해는 자존감이 정말 바닥까지 간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올 해 초에 야심 차게 준비했던 컨퍼런스부터 코로나로 뒤집어지면서 무산이 되었고 하던 일을 전부 내팽개치고 집중해서 빨리 성적을 만들려고 했던 영어마저 내 발목을 크게 잡았다. 하지만 덕분에 자존감이 떨어지는 일을 극복하는 법도 배웠다. 무조건 남는 시간에 영어 공부만 해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 가끔은 등산도 가고 요리도 해보고 운동도 하면서 작은 성취감을 하나씩 얻어가며 떨어진 자존감을 조금씩 올렸다. 멀리 보면 짧지만 가까이 보면 정말 길었던 그 시간이 지금 생각하면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싶지만 갑작스럽게 준비하겠다는 내 성급한 마음이 나를 밑으로 끌고 가려고 했던 것 같다.
"Sin prisa, sin pausa"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스페인 말이 있다. ‘서두르지 말되 멈추지도 마라’ 라는 말이 새삼 또 느껴지는 한 해이다. 포기라고 생각하면 정말 포기겠지만, 사실은 포기한 건 아니다. 어디까지나 내가 겪었어야 할 경험이었고 그 안에 얻은 것이 많다. 바보같이 앞만 보고 가는 게 아니라 뭐든 시도해 볼 수 있는게 지금이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좋은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더 넓은 곳으로 발을 넓히고 싶다.
국내 대학원
졸업한지 벌써 1년하고 반이 지났고 대학원을 가겠다고 일을 뛰쳐 나온 지도 일 년이 지났다. 이 상태로 올해 아무것도 못 하고 끝이 나면 내년에 나에게 어떤 시련을 줄지 걱정이 많았다.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않던 나였지만 아무 말 없이 지켜봐 주던 주변 사람들이 점점 말 없는 응원이 아니라 무관심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고작 일년 멀리 보면 정말 작은 조각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코로나로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유학이나 대학원 입학에도 정말 많은 사람이 몰렸다.
올 해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은 ‘역대급’ 인 것 같다. 지원 시기가 가장 빨랐던 카이스트로 마찬가지였다. 관심 있던 연구실이 카이스트 인공지능 대학원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인공지능 대학원으로 지원했다. 이전에 연구했던 내용과 실적 덕분에 운이 좋게도 카이스트에 계신 교수님과 연락을 하게 됐지만, 문제는 서류가 통과되느냐였다. 결과는 역시 서류 광탈이다. 지원자 스펙을 보니 정말 역대급이다. 나와 비슷한 스펙에도 좋은 학교와 더 좋은 논문을 낸 사람들이 참 많았다. ‘역대급’ 이라는 말이 내가 부족한 점도 많지만 다른 사람이 잘해서 떨어졌다는 정신 승리를 주기도 했다.
그 다음으로 지원했던 학교는 유니스트였다. 마찬가지로 관심있던 연구실이 인공지능 대학원에 있었고 지원하게 되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연구실 컨택이었다. 대학원은 어떤 연구실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방향성이 정말 많이 바뀌는 것 같다. 면접에서 내 논문을 관심 있게 봐주셨던 분이 계셨고 나 또한 그분의 연구 방향에 관심이 있었다. 연구실 생활부터 랩실 원생들이 하는 활동들이 모두 흥미로웠고 앞으로의 2년은 후회 없이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 연구실을 신중하게 고르듯 교수님들 입장에서도 학생을 신중하게 받아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마지막으로 지원했던 학교는 고려대학교였다. 10월에 지원하고 12월에나 드디어 면접 결과까지 나왔고 합격 소식을 받을 때까지 걱정이 정말 많았다. 불확실한 한 해에 정말 영향을 많이 받은게 느껴졌다. 고려대가 올해 대학원 지원 시기의 끝 무렵에 있었기에 사실 다른 여러 대학원에 지원해볼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전부터 대학원에 간다면 가고 싶었던 연구실이 고려대에 있었기에 컨택도 가장 처음 했었다. 기다리는 기간이 길었지만, 다행히 좋은 기회를 얻게되어 다른 대학원과 연락을 하고 있던 교수님들께 정중히 말씀드린 뒤 진학을 결정하게 되었다.
국내 대학원 진학을 위해 정말 많은 교수님께 컨택을 했고 면담을 했다. 처음에는 정말 서툴기도 했고 나를 소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어려 경험 덕분에 나에 대해 더 잘 표현하는 법을 배워서 좋은 기회였다. 그 중 진학을 결심하기로 한 연구실의 교수님과 면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컨택 과정에서 학생들을 평가하는 방식도 너무 좋았고 면담에서 단순히 내 논문 실적보다 내 CV를 보시며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하는 얘기와 비교하며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반문을 주시는 게 인상적이였다.
석사 2년은 벌써 짧게 느껴진다. 코스웤도 해야 하고 성적도 챙겨야 하고 프로젝트와 연구까지… 계획만 그려도 2년이 뚝딱이다.
공모전
유학 준비를 하겠다며 하던 공부를 쉬고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았다. 안 그래도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잠시 놓는다니… 뒤처지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많았다. 유학 준비를 내려놓고 국내 대학원이 어느 정도 정해졌을 때 다시 감을 찾기 위해 공모전을 나갔다. 주어진 기간 동안 집중해서 공부하기에는 공모전 만한 게 없는 거 같다. 기존에 하던 연구를 시험 삼아 성능을 테스트 해보는데도 좋지만 새롭게 처음부터 다시 되짚어 보기에도 좋다.
10월 한 달 동안에만 세 개 정도 참여해봤는데 그중 한 개는 혼자 해보고 나머지 두 개는 다른 팀원들과 같이했었다. 오랜만에 공모전에 참여해보면서 느낀 점은 올 한 해 새로운 게 정말 많이 나왔었구나 라는 점이었고 몰랐던 것들도 참 많았다는 점이다. 간만에 식어있던 그래픽 카드를 열심히 채찍질하며 일을 시켰더니 방안이 후덥지근했었다.
오랜만에 참여했던 공모전 중에서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다행히 좋은 결과도 있었다. 대상을 탔던 대회에서는 주최 측이 언론사여서 그런지 역시.. 기사도 나오고 뉴스도 나왔다. 대상 소식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지만 언론에 노출됐다는 게 역시 영향이 크다라는 걸 알았다. 나에게 있어서 앞으로의 방향에 좋은 영향이라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영향이었다.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축하 소식을 많이 받았는데 어른들께서는 뉴스에 나오는 것만큼 영향이 큰 건 없는 거 같다.
DNA
작년 8월 즈음 시작해서 벌써 1년이 넘었지만 올 해 대부분 시간을 나에게 더 많이 투자했기에 DNA에 관심을 많이 못 가졌다. 올해 초 컨퍼런스가 무산되어도 이후 온라인으로 회의하며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온라인만으로는 한계가 너무 많았다. 팀원들 또한 각자의 길에 바빴기 때문에 올해는 각자 스스로 길에 집중하는 시간이 되었다. 컨퍼런스가 무산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어서 내년에 다시 준비를 해보려고 한다.
졸업한 후 학부를 위해 여러 가지 기획을 했었는데 그 점에 대해 내가 왜 이렇게까지 시간을 투자하려는지 또는 왜 그렇게 학부를 신경 쓰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요즘에도 가끔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거기에 대한 답변을 다시 정리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우선, 내가 나온 학부가 조금 더 좋은 환경이 되고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학부생 당시 가장 갈증이었던 것이 바로 ‘정보’였다. 많은 사람이 ‘구글에 치면 다 나와’라고 하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구글에 뭘 쳐야 하는지조차 모른다. 후배의 입장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건 동기도 아니고 교수님도 아니고 다른 학교 사람도 아닌 같은 학부를 나온 선배이다. 선후배 간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게 가장 필요하고 생각했다. 다음으로는 목표가 되는 대상이다. 좋은 길을 가고 있는 선배가 있는 것만으로도 그 길을 따라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가능성을 열어준다. 비록 아직은 나 또한 많이 부족하지만, 누군가의 목표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시간이 지나 내가 지나온 길에 어떤 사람으로서 기억에 남고 싶은가?"
지금까지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계속 생각하고 있는 질문이다. 아직 장례식장을 많이 갈 일은 없지만, 종종 갈 때면 항상 생각한다. ‘아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었지’하고 그 사람이 했던 일들과 영향들을 돌이켜보곤 한다. 저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건 아마 어린 시절 텅 비어버린 집안을 보면서 였던거 같다. 한 사람의 인생에 결국 마지막까지 남는 건 돈, 건물, 물질적인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남은 나’ 인 것 같다. ‘Data scientist who want to be an influencer’ 라는 내 블로그 소개말도 이런 의미에서 좋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이다.
올해 마지막을 이렇게 보내기는 아쉬워서 DNA 연말 인터뷰를 했다. 그동안 함께 모이지 못해 이야기도 많이 못 했고 다 같이 있을 때 얘기를 하기 어려워하는 학우들도 있어서 인터뷰 형식으로 그동안의 학부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처음에는 이게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막상 다 해보고 나니 너무 괜찮았다. 이야기를 들으며 DNA에서 했던 결과로 좋은 직장 또는 좋은 활동을 이어서 꾸준히 하는 학우들이 있어서 보람 있었고 각자가 어떤 고민하고 있는지 들어볼 좋은 기회였다.
아직은 커뮤니티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그 안에서 각자가 할 일을 잘하면서 불과 1년 만에 정말 많이 성장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내년에도 더 좋은 소식들 많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맺음말
지난번 상반기에서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에 관해 썼었는데 하반기가 지나고 돌이켜 보니 좋은 시간이 정말 많았다. 상반기까지는 정말 여유가 많이 없었는데 하반기에는 내 맘에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있어서 좋았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지칠 때도 많다. 하지만 그만큼 내 이야기를 오래 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이다. 골치 아픈 고민이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얘기한다는 건 좋은 답변을 바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내 고민을 너도 조금 같이 덜자’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답변을 주고 끝내길 원하고 나 또한 그런 적이 많다. 이런 의미를 알고 내 고민을 들어주는 사람에게 앞으로 나 또한 의지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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