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콘테스트 2020 멘토 참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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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롭게 어느 때와 다름없이 해가 머리 위로 올라가는지도 모르게 침대 위에서 자고 있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참여 계기

바쁠 때라면 당연히 안 받겠지만 한가롭기 짝이 없고 딱히 사람 만나는 일도 거의 없는 요즘 모르는 번호도 받아 가며 한두 마디씩 얘기해보고 쓸데없는 질문을 하며 통화를 한다. 하지만 결론은 항상 “저랑은 관련이 없는 거 같네요, 수고하세요” 이다.

이날도 잠든 내 머리 위로 핸드폰이 울리길래 무의식적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다른 전화와 달리 목소리와 말투가 자연스러웠다. 영업 전화는 정말 로봇처럼 1~2분은 혼자 신나게 얘기하신다 가끔 보면 경이로울 정도… 그래서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작년에 수상했던 빅콘테스트 대회를 운영하는 K-ICT에서 온 전화였다. 올해 빅콘테스트에서는 처음으로 1차 심사를 통과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작년 수상자들께 멘토링을 받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데 서포터즈로 참석해 주실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는 전화였다.

당분간 큰 스케줄도 없는 나로서는 당연 “네~” 였다. 내가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마는 작년 참여했을 당시 대회 관련해서 정보를 찾아볼 때 후기 글은 거의 없고 있어도 대부분 데이터에 관한 내용이나 대회 참여 소감 정도였다. 실제 2차 심사 발표에 대한 소감이나 시상식 당시의 소감에 대한 글이 전혀 없었다.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 글을 작성했는데 역시나 많은 분이 관심 있게 보아주셨다. 주로 찾아보는 기간을 봐도 빅콘테스트 대회가 열리는 여름에 많은 사람이 찾아본다.


음 후기글 치고는 많은 편 아닌가..? 싶다..

빅콘테스트란?

빅콘테스트는 국내 데이터 분석에 관심 있다고 한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데이터 공모전이다. 무려 대상은 과기부 장관상이니 말이다! 대회나 참여 규모도 크고 시상식 이후 직업 매칭 프로그램과 같이 단순 시상에서 끝나는 게 아닌 국내 데이터 관련 인력 양성에 있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대회이다. 역시나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고 올해는 약 1,500팀 정도 참여했다고 한다.

참여 답변을 주고 나서 얼마 뒤 확정 문자가 왔다. 처음엔 서포터즈라고 해서 딱히 보답에 대한 내용은 큰 기대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우리 팀원들도 다들 회사 일에 바빠서 굳이 휴가를 쓰고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 가장 잉여로웠던 나만 참석하게 되는 씁쓸함ㅎㅎ.. 이 씁쓸함이 훗날 내가 아닌 팀원들이 느끼게 될 줄 이때는 알았을까? 간단한 차비 정도는 주려나 기대 아닌 기대를 했지만, 차비 이상으로 인건비가 있었다. 후후.. 원래 봉사란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것이지만 보상이 있을 때 그 뿌듯함은 배가 되는 법이다.

서포터즈 내용

참여당일 일찍이 도착하니 서포터즈 명찰을 받았다. 작년에는 남조선자료공작단이 쓰여 있었는데 서포터즈라고 써있으니 기분이 달랐다. 한결 여유로운 기분이랄까.

멘토링은 크게 세 가지 파트로 나뉘어서 구성된다. 각각 파트마다 작년 수상했던 팀들이 하나씩 담당해서 참가자들과 20분 정도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며 돌아가는 방식이다.

  1. 탐색적 자료 분석
  2. 모델링
  3. 발표

내가 들어갈 공간을 보니 내 이름이! 내가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이런 자리가 부담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재밌었다. 최대한 내가 느꼈던 경험을 기반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얘기해보겠다 다짐했다.

한 번 질의응답을 하는데 약 20명 정도 안 되게 4~5개 팀 정도 들어왔다. 주목받는 자리는 항상 두근대면서 부담스럽다. 뭔가 ‘너가 뭔데 우리를 훈수하려 들어?’라고 할 것 같았지만 대놓고 그렇게 하시는 분은 없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물어본다면 당연히 저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대답은 뭐라고 해야 좋을까… 저요? 작년 수상자여… 음.. 모르겠다.

내가 맡았던 부분은 모델링이었다. 처음에 세 가지 파트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데이터를 모르는데 어떻게 멘토링을 하지?, 데이터를 모르는데 어떻게 멘토링을 해요~” 였다. 조세호의 심정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설령 대회 문제와 데이터 정의에 대해 보고 간다고 해도 짧은 기간 동안 분석을 해보고 멘토링 한다는 건 뭔가 부적절한 방법 같았다. 더군다나 내가 실력이 우수해서 가는 서포터즈가 아닌 작년 수상자로서 경험을 공유하고자 가는 서포터즈였기에 감히 분석 방법에 대해 훈수질 할 수 없었다.

역시나 진행을 하며 내가 가진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건 작년 대회 당시 느꼈던 경험들이었다. 아무래도 2차 발표가 남은 시점에서 참가자들이 궁금했던 질문은 발표와 관련된 질문들이었다. 지금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질문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발표할 때 어느 부분에 더 비중을 두고 얘기했었는지
  • 발표 당시 분위기는 어땠는지
  • 작년 발표자들이 받았던 질문은 뭐가 있었는지
  • 작년에 수상했을 때 어느 부분 때문에 수상하신 거 같은지
  • 만약 나라면 어떤 방식으로 지금 데이터를 분석해 볼 것 같은지
  • 이 분야로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 석사를 하는 게 좋을지

사실 질문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우리 사이에는 고민을 함께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감대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질문하지 않는 부분 중에서 내가 더 얘기한 게 많았다. 당시 받았던 질문들에 대해 모두 적을 순 없지만 작년에 후기로 썼던 글이 답변을 대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맺음말

작년에 같이 참여했던 팀원인 친구가 이번에는 다른 팀으로 참여해서 2차까지 가게 되었다. 다행히 아는 사람과 함께 있어서 혼자 쭈뼛쭈뼛 있지 않아도 되어서 참 다행이었다. 그 친구 입장에서도 재밌었는데, 작년 수상자이면서 올해 2차 심사 대상자였기에 처음 멘토링 제안 전화가 왔을 때 갈등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서포터즈 라고 하길래 문제가 생길 거 같아서 하지 않겠다 얘기했는데 인건비를 듣고 내심 후회해 하는 모습이 보였다. 며칠 전인 18일에 2차 발표가 있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준비한 내용을 슬쩍 봤는데 어떤 부분인지는 내가 감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내가 보기엔 충분히 경쟁력 있게 잘했다고 생각된다.

세상 좁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날 또 경험했다. 첫 번째 질의응답 시간이 끝나고 다음 차례가 오는데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혹시 내년에 대학원 가시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는데 허억 누구시지 내가 아무리 관종아닌 관종처럼 여기저기 글도 올리고 댓글도 달고 했는데, 관종 맞나?, 누군가가 나를 알고 있는 게 신기하면서도 이렇게 물어보는 건 처음이라 당황했다. 알고 보니 내가 지원했던 대학원에 연구실에 계신 분이었다. 팀원 모두가 연구실 대학원생들이 셨다ㅎㅎ.. 내년에 선배가 되실 분들… 미리 만나 뵙게 돼서 반가웠습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작년에도 그랬지만 K-ICT에서 주관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참여하며 느꼈던 점은 정말 신경을 많이 쓰고 참가자들과 소통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시작 전 멘토링 교육에 있어서도 꼼꼼한 설명과 계속해서 참가자들을 신경 쓰고 서포터즈에 참여하는 우리의 의견도 끊임없이 주고받으려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요즘 데이터 뉴딜이라며 예전부터 빅데이터니, 인공지능이니… 그럴듯한 이름으로 사업비를 가져가서 데이터 분석 또는 인공지능 관련 사업으로 여러 공모전이 열리면서 정말 형편없는 운영으로 많은 사람에게서 수많은 질타를 많이 받고 있는 곳이 많다. 나 또한 최근 참여하면서 몸소 느끼기도 했지만 이럴 때라서 빅콘테스트가 얼마나 잘 관리가 되고 있는지 빛을 발하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좋은 방향으로 이쪽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기업들을 위해 좋은 프로그램들을 계속 유지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마지막으로 혹시나 하지만 K-ICT에서 따로 광고비를 받고 쓴 글처럼 보이려나 싶은 생각에 절대 그런 거 없이 순수히.. 내가 느꼈던 후기 그대로 남기고 싶어서 작성한 글임을 명시하고 마무리 하려고 한다.. 괜한 오지랖인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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