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적어도 영어와 단절하며 살지는 않았다고 생각했기에 영어에 울렁증은 없었지만 토플을 시작하고 나서 집나간 울렁증이 제 발로 걸어왔다. 토플의 벽은 토익과는 비교불가능이였고 토익도 높은 점수는 아니였기에 감히 점수로 비교는 할 입장도, 그렇다고 비교할 수 있는 시험도 아니였다.
해커스 어학원 토플 정규반에서는 첫 주부터 시작해서 2주 간격으로 trial test를 통해 모의고사를 본다. 첫 시험은 가히 충격이 아니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수는 없었다. Writing와 Speaking은 전반부와 후반부에 걸쳐서 각 영역을 따로 배우므로 trial test 또한 해당 영역만 시험을 본다.
분기 | Reading | Listening | Speaking | Writ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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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부 | 3개 지문(각 10문제), 총 54분 | Conversation 2개 지문(각 5문제), Lecture 3개 지문(각 6문제) | 독립형 | 통합형 유형2,4 |
후반부 | 3개 지문, 각 지문별 10문제, 총 54분 | Conversation 2개 지문(각 5문제), Lecture 3개 지문(각 6문제) | 통합형 | 독립형, 통합형 유형3 |
토플을 시작한지 5일째에 보는 모의고사이다. 최소한의 Reading 성적은 나오겠거니 생각했지만 반에서 최소값의 성적이 나온듯했다. 해커스에서 출제하는 시험의 경우 일부러 난이도를 높여서 실제 시험장에서 보다 시험이 쉽게 느껴지도록 낸다고한다. 그래도 내 첫 성적은 정도가 지나쳤다.
Date | Reading | Listening | Speaking | Writ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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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3 | 11/30 | 9/28 | 0 | 11 |
눈물이 앞을 가려 걸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첫 시험의 떨림과 토플에 대한 유형별 내용과 공부법도 정리가 안된 상태였기에 다음을 기약하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2주째 접어들던날 일주일간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하루 일과를 정하였다. 밤낮이 바뀌어 오전 3~5시에 잠들던 패턴을 오전 5~6시에 기상하고 취침은 늦어도 1시전에 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모든 언어의 기본은 단어이기에 하루 과제로 주어지는 모든 단어는 항상 빠짐없이 외웠고 선생님들의 조언을 들으며 양보다 질로 공부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자 2주가 지나있었고 내가 무슨일을 했는지 매일매일이 기억날 정도로 반복적인 하루를 보냈다. 두 번째 trial test는 처음보다 다행히 올랐지만 내 욕심이 컸었는지 아쉬움도 그만큼 컸다. 더이상 떨어지기는 힘들기에 당연히 오를줄은 알았지만 내가 목표하는 점수에 비하면 터무니 없는 점수였다. 그러나 한 달 만에 목표 점수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고 정규반 수업 과정도 두 달 과정이기에 한 달 더 해커스의 노예가 되리라 결심했다.
Date | Reading | Listening | Speaking | Writ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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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7 | 16/30 | 14/28 | 15 | 15 |
두 번째 달부터는 스터디를 하지 않았다. 애초에 스터디 목적이 스스로의 부지런함이 못 미더워서가 아닌 공부계획과 방법을 어떻게 구성하는게 좋을지와 토플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기에 했던것이였고 정말 좋은 스터디원들을 만난 덕분에 스터디 마지막날에나 처음으로 카페에서 개인사를 들을 수 있었다.
정규반 후반부에 접어들고 과연 첫 시험이 얼마나 올랐을까 내심 기대하며 시험을 보았다. 토플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 listening이었기에 지난 한 달 간 정말 많은 시간을 듣기 실력을 키우는데 집중했고 그만큼 기대도 컸다. 그리고 27년간 거의 흔들리지 않았던 멘탈에 균열이 가는 순간이왔다.
Date | Reading | Listening | Speaking | Writ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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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0 | 19/30 | 13/28 | 17 | 18 |
선생님께서는 이전 시험보다 난이도가 더 어려워서 이전 시험보다 점수가 비슷하다면 잘했다고 하셨지만 나에게는 위로의 말 정도로 다가왔다. 내 멘탈은 당장이라도 사혼의 구슬 조각 마냥 흩어질 위기였고 수습이 불가할거라 생각되었지만 이 날부터 공부와 함께 멘탈 회복의 방법을 갈구하고 실행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다행히도 무사히 하루를 보내고 ‘음 27년을 이렇게 살아온 내가 한 달 만에 목표 점수를 만든다는 건 3대 100 치던 내가 한 달 정도 PT받고 3대 500 만드는 거나 다름 없지’라며 위안했다.
하루 평균 13시간을 해커스에서 보내며 남은 기간 동안 꾸준히 더 올려보자 다짐하며 오늘까지 어느새 한 달 하고 3주가 지났다. 애초에 Speaking과 Writing은 정규반 과정동안 감만 잡을 생각이였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고 Reading와 Listening 먼저 목표 점수를 맞출 생각이였다.
Date | Reading | Listening | Speaking | Writ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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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4 | 20/30 | 15/28 | (멘탈나가서 제출안함) | 17 |
Listening 무려 2점이나 올랐다. 눈물이 또다시 앞을 가렸다. 공부 시간과 양은 성적과 선형적인 관계는 아닌듯 했다. 문제가 뭐였을까 그동안 오답노트과 유형별 틀린 개수를 기록해왔기에 하나씩 확인해보기로 했다.
애초에 문제점이 무엇이였을지 알아보기위해 토플을 시작했던 날부터 Reading와 Listening은 하나씩 기록을 해왔다. 비록 많은 양의 데이터는 아니지만 작은 의심들에 대한 해소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보기위해 잠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Readning
그동안 풀어왔던 교재 문제에서 틀린 유형들을 보았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Simplification이다. 이 유형은 paraphrasing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해당 지문에서 중요한 내용과 중요하지 않은 내용을 잘 구분하는게 중요하다. Simplification 유형을 풀 당시에 오답 수가 급격히 늘어는 것과 이후 다른 유형에서도 꾸준하게 틀리고 있다. 똑같은 실수를 계속하고 있는게 문제이다. 남은 기간 Simplication에 대한 연습 문제를 더 풀어야할 듯하다. 그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유형은 Fact이다. Fact 문제는 차짓 잘못하면 시간이 매우 지체되는 문제이다. 시험을 볼때면 여기서 시간이 굉장히 오래걸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개선되고 있는 유형은 당연 Vocab이다. 꾸준히 외우고 있는 덕분에 초반에는 오답 수가 급격히 늘었지만 중간부터 거의 늘어나지 않는것을 알 수 있다. 단어!! Vocab은 전체 20%나 차지하기 때문에 틀리면 손해인 문제다.
뒤에 각 배경은 해당 유형의 Hackers Test를 나타낸다. Hackers Test지만 각 유형에 따라 해당 유형의 문제가 더 많이 출제된다.
가장 눈에 띈 향상은 역시 Vocab이다. 워후! 단어를 외운게 절대 헛되지 않았다. Trial Test 1 점수에서 지금까지 점수 향상 중 5점은 단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다음으로 눈에 띄는건 Reference이다. Reference는 얼핏 보면 당연 쉽다고 생각이 되지만 제대로 해석을 못하는 상황에서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천천히 해석하는 역량이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문제는 앞서 확인한 것과 같이 Simplification과 교재에서는 문제가 없었던것 같던 Insert이다. 나도 그래프로 확인해보니 의아했었는데 실제로 유형 공부할때 Insert가 쉽다고 생각한적은 크게 없던 것 같다. 의외로 확신있게 풀고 확실하게 틀리는 유형이 바로 Insert였기에 Trial Test에서는 항상 내 속을 썩이곤 했다. Insert는 각 지문마다 1문제 씩 꼭 나오는 유형인데 이것만 다 맞았어도 정규반은 성공적이였을 것이다. 아직 한 주 남았기에 아쉬움없이 마무리해보도록 해야겠다. 그 외에 Summary 또한 각 지문마다 1문제씩 꼭 나오지만 본문의 main idea를 3개나 골라야하는 문제이다. 그대신 점수도 2점이나 주고 3개 중 2개만 맞추면 1점이라도 준다. 다행인건 적어도 3개 중 2개는 맞는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목표는 만점으로!
Listening
Listening은 Converstion 보다는 Lecture가 항상 문제이다. 그래도 추세를 보면 공부함에 따라 점점 정답률도 올라가는 것 같지만 여전히 절반도 못맞추는 경우가 있다. Lecture는 주제가 너무나 다양하고 정규 교재에만 해도 23가지의 주제가 소개되어 있기에 모든 주제별 빈출 단어를 다 외우고 개념들을 외우는건 무의미하다. 그렇다고 꼭 외워야하는 것도 아닌게 전공시험이 아니기에 어려운 단어인 경우 항상 뒤에 추가로 해당 전문용어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듣기 지문에서 가장 멘붕이 올때는 주제가 파악이 안되는 경우 그렇게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정말인지 확인해보자.
역시나 문제를 가장 많이 틀릴때면 주제를 파악을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듣기 지문에서 무조건 맞춰야한다는 Main! 나는 자주 틀린다. 항상 선생님께서는 ‘다들 main 문제는 맞추셨죠? 우리반은 모두 맞췄으면 좋겠습니다’ 하실 때면 ‘반 잘못 들어온것 같습니다’하고 나가고 싶을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Main이 중요한 이유는 Main을 정확히 짚고 넘어가면 이후 지문에 대한 내용 전개를 대충 예상 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필기하기 쉽고 예상이 가기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Example
그러나 항상 주제가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Today, we talk about ~’ 이라며 힌트를 주는 것도 아니기에 아직 그런 경우가 아닐때는 제대로 파악을 못한다. 또한 간혹 주제에서 예상하지 못한 단어가 뜬금없이 나오면 아는 단어라도 혹시하는 마음에 혼란이 온다. 물론 단어가 확실하면 그래도 잘알아 듣겠지만 …
Example
정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잘 극복하던 멘탈도 이번 토플하는 동안에는 도저히 회복이 불가할뻔한적이 한 두번이 아니였기에 신체적인 건강이 문제가 아닌 정신 건강을 챙겨야할 판이였다. 그래서 찾은게 바로 소확행! 토플하는 동안 정말 성취감이라곤 가끔 다 맞는 단어 시험이 전부였기에 나에게 성취감을 안겨줄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처음 시작했던게 등산였다. 그러나 성취감과 멘탈 회복에는 최고였지만 시간과 자주할 수 없다는 문제 때문에 북한산과 관악산 이후로는 갈 여유가 없어졌다.
그래서 또다른 소확행을 찾고자 했던게 바로 요리였다. 자취하던 시절 음식 사먹는걸 크게 좋아하지 않아서 자주 해먹곤 했는데 집에 들어온 뒤로는 내 주식은 항상 라면이였다. 라면은 야채와 고기가 적절히 들어간 최고의 인스턴트였다. 밥 먹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맛도 다양하고 치울것도 없다. 그러나 그마저도 탄수화물만 먹으면 이틀치 밤샌 기분으로 식곤증이 미친듯이 밀려오는게 싫어서 토플하는 동안에는 탄수화물은 거의 단절하다 싶이 생활했고 하루 식단은 초콜렛과 파바 셀러드 그리고 닭가슴살이 전부였다. 그러다 우연찮게 파스타 만드는 영상을 보고 그동안 안하던 요리를 다시 시작했다. 평소 면요리는 굉장히 선호했기에 파스타도 항상 빠짐없이 해먹던 음식이였다. 파스타는 생각보다 전혀 어렵지 않고 15분이면 만들 수 있는 음식이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파스타!! 파스타는 크림이 없어야 맛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이였다. 계란, 슬라이스 3장 그리고 삼겹살 만으로도 충분히 꾸덕하고 맛있었지만 모양은 볼품 없었다. 치즈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다음에는 1장으로 줄였다. 슬라이스 1장이 이전보다는 적당한듯 좋았고 아보카도와 같이 먹으니 훨씬 맛있었다. 그러나 이건 그냥 치즈볶이지 파스타가 아님을 깨달았다.
파스타를 해먹기 시작하자 누나가 스텐펜을 사주었다. 누나가 있는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새삼 또 한 번 느끼게 되는 날이였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 하였다. 난 장인이 아니였기에 도구를 가려 사용했다. 학습도 좋은 GPU가 있으면 더 잘되는 것처럼 파스타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너무 해먹기만 한 것도 아니였다. 점심때면 허전한 아쉬움을 스파게티로 달랬고 주말이면 한 번 씩 나가서 사먹기도 했다.
파스타가 공부에 나쁜 영향을 준건 아니였을까 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아니다, 파스타는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고 아마 이 작은 소확행이 없었다면 토플이 성적은 더 올랐어도 내 삶은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았을듯하다. 만드는 시간은 길어야 15분이기에 하루 30분 정도만 투자하면 만들고 먹고 할 수 있다. 밖에서 라면 주문하고 먹는 시간과 별반 차이 없을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하나둘 만들어 먹던게 4월10일부터 시작해서 어느새 15일 지났고 21번의 파스타를 먹었다. 음?
@todays_pastagram
이번 토플을 시작하고 첫 주에 병원에서 연구할 때 교수님께서 연락이 오셨다. 투고했던 논문이!! revision이 왔다고 하신다..! reject 아닌것으로 감사하며 비록 두 번째 revision이지만 이번에는 제발 꼭! 이라는 생각과 함께 금토일을 모두 쏟아가며 다시 수정하고 신경써주신 교수님께 감사하며 수정 내용을 다시 전달드렸다. 그렇게 4월 8일날… accept..!!!! 1년만에 성취이고 토플 준비 도중 생긴 기쁜일이라 기념으로 물회를 사먹은 것 이외에 딱히 할 수 있는것은 없었다..
정말 Trial Test 때와는 다른 마음으로 눈물이 앞을 가렸다. 연구당시 고민을 정말 많이하면서 연구했던 주제였기에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였고, 정말 많은 부분을 신경써주신 교수님께도 매번 감사드리지만 또 한 번 감사드리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였다. 부족함이 없게 더 발전하는게 가장 보답드릴 수 있는 일인듯하다.
다음달은 이제 실전반을 들으면서 본격 문제풀이 연습을 계속할 듯 하다. 아직 부족한게 많지만 적어도 점수는 떨어지지 않고 하루에 1점이 올린다는 생각으로!! 이제 실전반에서는 Writing과 Speaking도 함께 준비할 예정이다. 부디 후회없는 한 달이 되길바라며.. peace out!